개인적인 것/월간 다이어리

정착

뉴질랜드 외국인 2016. 9. 1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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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는 2011년에 처음 들어왔었다. 


이 곳에 와서 일하면서 산 지는 그래도 년 수가 되었지만 비자는 여태껏 워크비자(Work visa) 상태였었다. 처음에는 워킹홀리데이 (working holiday) 비자로 1년 들어왔다가 워크비자로 전환, 두 번 이상 워크비자를 더 받고 난 후에야 레지던트 비자를 손에 넣게 되었다. 남들은 뭐 1~2년 안에 받기도 한다던데 (실제로 프랑스 친구는 1년 반 만에 받았다, 나보다 아주 늦게 들어왔지만 더 일찍 받음) 나는 꽤 늦은 편. 


워킹 홀리데이에서 워크비자로 전환하고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 사실 이 때 레지던트 비자를 신청할 수도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한국에 돌아 갈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때 당시에 정말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했던 사람이 한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  그 당시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과 뉴질랜드에 남는 것, 둘 중 하나를 결정하는 것은 내 인생에 아주 큰 결정 중에 하나였다. 많이 고민했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티켓을 예약하는 페이지 앞에서 망설였다. 그 해에는 이 고민 하나 결정하는데 모든 시간을 쓴 것 같았다. 



왜 남았을까 - 뉴질랜드에서 삶이란 지루하고 말도 잘 안 통했었고 내 나라도 아니고 물가도 한국보다 비싼데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겁이 났던 것 같다. 마치 매트릭스의 레오처럼 약을 먹고 나서 자신이 알고 있었던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 처럼 - 한국 에서의 삶보다 더 나에게 맞는, 더 나은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 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걸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코 앞까지 온 것 같은데 그걸 포기하고 돌아가게 된다면 과연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국은 좋다. 

모든 것이 빠르고, 싸고, 프래쉬 하며 서비스도 좋다. 

음식은 정말 최고다. 24시간 편의점은 눈물나게 고맙고, 싸게 먹을 수 있는 떡볶이와 백반 집은 언제나 좋다.


하지만 퇴임할 때까지 또는 늙어서도 일을 그래도 정기적으로 하며 내 커리어를 쌓고 싶은 입장으로써, 한국의 working style은 현실적으로 그게 힘들다는 것을 안다. 많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까지도 차별 대우를 여성들이 받는 것은 너무 흔한 사건이다. 


아이를 가지고 나서도 생활 형편이 빡빡한 상황이라면 돈을 벌어야 한다. 아이가 있는 주부는 잘 받아주지 않는다. 아이를 돌보느라 커리어가 1년이라도 끊기면 일은 잘 구해지지 않는다. 일을 그래도 구했다고 쳐도 아이는 어린이집으로 보내야 하고 야근은 감수해야 한다. 어린이집 에다 자신이 번 돈을 보내느니 차라리 내가 키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이도 보살피면서 파트타임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면 결국 그럼 서비스업. 과연 내가 여태껏 공부하고 쌓아온 커리어는 지켜질 수는 있을까? 아니, 그것보다 뉴질랜드에서 일했다가 한국에서 일하면 내가 적응이나 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성공한 다른 여성들은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면서 잘 살고 있다던데, 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며 그런 스킬도 없다. 






오늘의 단어 Indefinite - 무기한




좋다.

영주권에 목 말라 하며 기다리지 않았지만 이렇게 받고 나니 기분은 좋다.


뉴질랜드의 삶이 아직도 좋으냐고 물어본다면 아직도 좋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물론 아직도 지루하며, 나는 더 게을러졌다.


사람들이 문을 잡아주며 매너를 보여주는 여유로움, 길에서 모르는 사람을 지나쳐도 눈 인사하는 것, 회사에서 항상 강조하는 건강, 야근 없고 회식 없고 남녀 차별 없고 임신을 해도 자기 자리가 없어 질까 봐 불안해 하는 것도 없다. 새 소리, 가까운 자연, 남의 눈치 볼 필요 없는 것, 내가 뭘 입든 신발을 안 신든 뭐라 하지 않는 것. 그냥 사람 답게 사는 것 







아 이 동영상에 Indefinitely 단어가 나와서...

휴 그랜트는 이때가 제일 멋있었던 것 같다.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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