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라이프/국제연애와 결혼

[뉴질랜드 국제 연애] 음식, 언어 장벽만큼 높은

뉴질랜드 외국인 2017. 8. 2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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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을 다니는 회사의 T는 나와 처지가 꽤 비슷한데, 작은 체구에 아시안 (중국인)이고, 20대에 뉴질랜드에 온 것, 그리고 키위 남자(백인 키위)와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결혼을 한 지 5년 쯤 되는데, 한번 음식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남편은 정말 불만인 게 중국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거야" 

라고 토로를 했다. 



T의 남편은 전형적인 키위인데, 결혼식이나 행사가 있어 중국에 갔다 치면 다이어트는 저절로 되서 돌아 온단다. 왜냐하면 입에 맞는 음식이 없어서 잘 안 먹고 굶거나 아니면 맥도날드나 버거킹에 가서 끼니를 때운 다는 것. 평소 뉴질랜드에 있을 때도 저녁에 T가 중국 요리가 땡기면 혼자서 해 먹고 남편은 따로 먹는다고 -_- 근데 그게 일주일에 여러 번.



서양 남자와 같이 한 집에 살다 보면 아무리 서로가 잘 통한다 하더라도 의외로 이 문제점이 클 때가 있다. 


음식


사람들이 "아 그냥 맞춰서 먹고 사는거지~" 하며 많이 간과하는데, 음식은 어찌 보면 언어 장벽만큼 높은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의 음식을 안 좋아한다면 더 더욱-_- 한국 사람들은 먹으러 여행 다니기도 하고, 누구와 친해지려면 같이 뭘 먹어야 한다고 할 만큼 한국 사람은 먹는 것으로 친해지는 형국에 음식이 안 맞는다는 얘기는







이건 재앙이야! 




예전에 잠깐 키위를 사귈 때 한번은 근사한 한국 음식을 소개 해 주고 싶어 오클랜드에서 조금 비싼 한국 레스토랑에 가서 숯불 고기 상차림을 시켜 준 적이 있었다. FARO(화로)인데, 한국 식당 치고는 꽤 팬시한 분위기에 인테리어도 잘 되어 있어서 한국 음식을 처음 먹는 사람들을 데리고 갈 때는 이 곳엘 자주 데려갔었다. 1인분 세트에 60불~80불 정도.





아무리 한번도 한국음식을 안 먹어 본 외국인이라도 코리안 바베큐는 정말 왠만하면 다 좋아하는 편이라 당연히 좋아하겠지 싶어서 자신감 있게 데려갔었다. 하지만 반응은 밍숭 맹숭. 물어보니,


"고기가 (가위에) 잘려 나온다, 그리고 고기를 왔다갔다 구워주는 사람 때문에 프라이빗 하지 않아" 


=_= 아니 고기를 음미하라고 고기를! 맛있지 않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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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사건 때문인지 뭔 지는 모르겠지만 먹는 것에 같이 공감이 안 되다보니, 다른 것들도 취향이 안 맞는 것이 느껴진 건 그냥 내 느낌인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차원이 아닌 그 나라의 예절 법, 다 같이 나눠 먹는 음식 공유, 테이블에서 가위와 젓가락 질 등 모든 것들이 문화에서 오는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이냐 마느냐에 대한 태도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음, 내가 고기 먹는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건가?)





다행히 지금 만나는 서양 남자 P는 한국 음식을 너무 좋아한다.

필자를 만나기 전에는 한국음식을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는데 먹어보고 그가 하는 말,


"너가 내 음식 세계의 또 다른 레벨의 문을 열어주었어 ㅜㅜ (김치전을 먹으며)"


먹고 난 이후로는 이제는 닭갈비, 김치전, 코리안 바베큐가 그의 인생 음식 Top 10 안에 들 정도가 되었다. 





닭갈비. 닭갈비는 밥도 따로 먹는다고 이건 또 다른 meal이라며 좋아함




우리의 식단은 형평성을 찾기 위해 왠만하면 절반은 한국음식, 절반은 다른 음식을 해 먹는다. 아무리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해도 삼시 세끼 내내 먹기는 힘들다. 월요일에 스파게티를 먹었으면 화요일에는 김치볶음밥, 수요일에 볶음밥을 먹었으면 목요일은 커리 이런 식. 닭갈비와 삼겹살은 주말 행사용. 




오일 파스타



물론 음식 하나로 절대! 모든 걸 판단 할 수는 없다. T도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음식을 정말 맛있게 먹는지 아닌지 처음에 보면 감이 온다. 이 사람이랑 오래 가겠구나 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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