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국가 별으로 이루어진 커플들을 보게 된다. 그 중에 내 눈에 띄는 건 아무래도 나와 비슷한 상황을 가진 커플. 즉, 서양 남자와 동양 여자로 이루어진 커플이다. 

나와 서양남자 P도 그런 케이스이지만, 3자의 눈으로 이런 커플들을 보게 되면 저절로 눈이 가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서 속으로


'나도 P와 같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저렇게 튈까? 다른 사람들이 P를 보면 옐로우 피버라고 생각할까?' 







해외에 살면서 동양 여자로써 한번쯤은 꼭 듣게 되는 단어, 옐로우 피버(Yellow fever)


옐로우 피버라는 뜻은 아시안을 좋아하는 서양 남자들을 주로 일컫는다. 
처음부터 동양문화가 좋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대체로 어떤 계기로 인해 동양 사람을 선호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일본의 에니메나 exotic한 로망이 있어서 관심이 좀 있었던 사람들이 일본으로 영어를 가르치러 갔다가 매력에 빠져 아예 일본인만 만난다던가, 아시아 권으로 여행을 갔다가 만난 여성에게 끌려서 사귀고 보니 아시안 여자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거나 등 매우 다양하다. 과거와는 달리 서구권에 사는 아시안들이 많아지다보니 그럴 기회가 더 많아지는 듯 하다. 처음에는 한국 남자들도 긴 생머리에 흰 피부 좋아하는 취향처럼, 옐로우 피버도 취향으로 간단하게 취급 해 버리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단어가 백인 남성에게도 기분 나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백인 남성을 사귀고 있는 동양 여자도 덩달아 기분이 나쁜 건 왜 일까?


일단 동양여자만 사귀려는 남자의 목적이 불순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먼저하게 된다. 
펍이나 술 취한 자리에 알파 백인 남성 그룹 (그냥 백인 남성이 아니다, 알파 메일 백인남성들 -Alpha male white guys 이다)에서 종종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아시안 여자들 쉬워~ 나, 순종적이야 라던가, 성 관계를 할 때 동양 여자가 더 느낌이 좋다던가 하는 불쾌한 말을 하는 그룹들이 존재한다. 마치 동양 여자를 재미로 즐기려는 수준으로 만나는 정도에 그치려는 생각을 가진 미숙한 남자들의 행동들 말이다. 이런 남자들은 만나보면 뻔하다. 죄다 외모 칭찬 몸매 칭찬으로 어떻게 여자를 한번이라도 잠자리에 데려오려는 생각 뿐이다. 

거기에 더해, 동양 여자와 사귀는 서양 남자들을 미디어를 통해 학습 한 "나이 많은 서양남자가 동양 여자를 산다" 라는 고정관념도 한몫 한다. mail to order bride (신부를 우편으로 주문한다) 라고 하여 구글에 검색하면 아직까지도 이런 웹사이트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멀리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예를 찾아 볼 것도 없다. 한때 한국에서 유행했던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세요]는 베트남보다 더 풍요로운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오기 위해 농촌에 거주하는 한국 노총각들과 결혼을 하는 사례가 많다. 그렇게 온 여성들은 [돈으로 팔려 왔다] 라는 편견 때문에 많은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인 가족으로 하여금 마치 일꾼처럼 쓰여지는 경험을 당하기도 하고 종종 도망갔다는 사례를 보기도 한다. 




이렇게 서양남자 P가 옐로우 피버라고 오해 받는 동안, 나는 반대로 한국 사람들로부터 "서양 남자가 그렇게 좋아?" 라고 오해 받는다. 특히 한국 남성에게서 말이다. 왠지 모르지만 한국 여성이 외국인과 사귀면 자신의 여자친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뺏긴 것' 같다라는 불쾌함을 표시하곤 한다. 
내 친구가 들려 준 한국에서의 에피소드 - 외국인 남자친구와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렸다가 중년 남성이 왜 외국인과 사귀냐, 너네 나라로 가라 등의 질문 등을 받고 싸웠다고 한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P를 한국으로 데려갈 때 살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혹시나 험한 일 당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말이다. 

반대로 동양 남성이 동양 여자를 뺏긴 것 처럼 느껴지듯, 서양 여성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지 불쾌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서양남자 P가 나와 사귀고 있다는 말을 전 여자친구에게 꺼내기도 전에 그녀는 "너가 아시안이랑 사귀고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어!" 라고 했다고-_= (나 너보다 훨씬 괜찮거든?)


아이러니한 것은 아시안 남성이 서양 여성과 사귄다고 하면 마치 승리자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동양 여자가 서양남자와 사귀는 것에 대해 반발은 심하면서, 아이러니 하게도 동양 남자가 서양 여자를 사귀면 되려 영웅 취급을 받는다. 이런 이중잣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런 남자들에게는 왜 우리는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이름은 기억 나지 않지만, 뉴질랜드에서 자란 한국인 래퍼가 독일 여성 모델과 사귀는 모습의 사진을 포털 사이트에 게재하는 글에 달리는 댓글은 "부럽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영웅이다" 라는 남성들의 부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어쨌거나 서양 남자 P가 나 때문에 옐로우 피버로 오해 받는 일이 빨리 사라지는 일이 왔으면. 적어도 나를 소개시키는 자리에 의외라는 얼굴은 보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_- (외국애들도 P가 나를 소개하면 동양인이랑 사귀는 줄 몰랐다는 듯한 얼굴 표정을 보여준다.. 허허)
외국에는 원나잇만 좋아하는 남자들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성이 괜찮은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한국에도 정말 좋은 남자들 많은 것 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