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것/월간 다이어리

2018년 5월 일기 - 나는 과연 뉴질랜드 사람인가? 노화의 진행?

뉴질랜드 외국인 2018. 5. 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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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혼은 나에게 여러가지 영향들을 끼쳤는데 (남편이 생겨서 더 이상 잘 생긴 남자들을 못 만나던지-_-, 결혼식 때 돈을 많이 써서 따로 저금한 돈이 바닥이 났다던지) 그 중에 가장 좋은 영향을 꼽으라면 바로 운동일 것이다. 

결혼 전, 다들 결혼식을 위한 다이어트에 돌입하는데 나는 먹는 양과 식단은 딱딱 맞추기 어려워서, 대신 결혼하기 6개월 전부터 헬스장에 나가 운동을 시작했었다. 그 전에 운동을 하긴 했지만 건성건성 이였고, 두 세달 열심히 나가다가 말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결혼이라는 목표가 있어서 싫어도 계속 나가던 것이 이제는 조금 몸에 베어 결혼 후에도 일주일에 최소 2번은 가고 있다. 그건 그렇고, 내가 말하려는 것은..


초반 운동을 하고 나서는 몸에 막 에너지가 나는 것 같고 그랬는데, 요새는 운동을 하든, 하지 않든간에 이제 불타는 금요일은-_- 먼 딴 나라 이야기가 되었다. 금요일에 오랫만에 외식을 하고, 칵테일 한잔 하니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드는 것이였다. 서양남자 P는 좀 더 바깥에 있고 싶어하는 분위기였는데, 펍에서 술 마시는 건 술을 못 마시는 나에게 그다지 흥미가 있는 일은 아니였다. 그래서 맥도날드 아이스크림 하나 사들고 집에 들어가니 겨우 저녁 8시. P는 그대로 파자마로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다리를 피고 이불을 덮고 눕더니


"으어~ 좋다"


P도 마찬가지로 소파에 누우는 것이 밖에서 술 마시는 것보다 더 좋았나보다. 이게 바로 노화의 진행인가 싶기도 하고.. 이젠 회식도 싫고 바깥에서 술 마시는 것도 싫고 그냥 집에 가서 편하게 눕는 것이 최고다=_=



2. 예전 20대의 취침 시간은 주로 새벽 1시에서 1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 7시에 기상이였는데, 요새는 저녁 11시에서 아침 7시로 변경이 되고, 가끔씩은 10시 반-_-.. 계속 시간이 앞당겨지고 있다. 비타민이나 뭘 섭취해야 낫나 싶어, 간호사인 친구에게 뭘 먹어야 하나 물어보기까지 했다. 영양제 이런 거 정말 안 챙겨먹는 스타일인데, 요새 오메가3와 비타민C를 매일 한 알씩 섭취 중이다. 근데 섭취해도 뭐 별로 효과를 못 보는 것 같아서 하나를 더 섭취할까 생각하는데, 철을 섭취해야 하나.... 뭐 추천할 만한 것 있으면 추천 좀.. 







3. 저번주 토요일 국회의사당 투어를 신청해서 1시간짜리를 다녀왔다. (무료면서도 유익하다)

처음 비디오 시청을 하고 가이드가 "여기 뉴질랜드 사람 혹시 몇 명이 있나요?" 라고 손을 들라고 했을 때 P는 손을 번쩍 들었고 나는 절반 정도 우물쭈물하며 들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의문이 드는 것이다.


나는 뉴질랜드 사람인가? 


신분으로 보자면 영주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뉴질랜드에서 살 권리가 있다. 하지만 신분 자체보다는 내가 진심으로 뉴질랜드 사람인지 깊게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이였다. 서양남자 P와 대화를 나누는 키위사람들은 그의 악센트 때문에 당연히 키위(뉴질랜더)로 처음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P는 자신있게 나는 키위라고 하며, Where are you from? 이라고 물어보면 그는 당당하게 "New Zealand"라고 스코티쉬 악센트로 그렇게 대답한다.


나는? 나도 그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음. 절반만 든 나의 우물쭈물한 손이 그 질문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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