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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것/월간 다이어리

2018년 7월 일기 - 나는 페미니스트인가?








내 블로그에 온 사람들이 검색할 때 '뉴질랜드 페미니즘'이라고 검색하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나에게 페미니즘이나, 뉴질랜드에 관한 질문들을 하면서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비하'를 위해 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나에게 메갈 또는 워마드라며 하는데 난 솔직히-_-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지 않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요새 페미니즘(feminism)이 뜨거운 감자로 한국 사람들에게 이슈화가 되고 있다. 


나에게 페미니스트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음, 전 그런 것 같은데요?" 라고 대답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여성 인권이 한국에서나 세계 어디에서든 여성 인권 신장을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로 이민 온 이유 중에 하나도 여성으로써 퇴직때까지 평생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였다. 그 당시 나는 내가 여성으로써 한국에서 남성이 주도하는 사회에 커리어 단절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커리어를 이어가는 훌륭한 여성들은 많았지만, 나는 그만큼 훌륭한 편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뉴질랜드 페미니즘의 글을 작성하면서 페미니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면서 한국의 페미니즘, 그리고 한국의 부당한 여성 대우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받았던 의식적으로나/무의식적으로나 배웠고 감당했어야 했던 그런 경험들이 사실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뭐,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여자는 어차피 시집이나 가니 대학은 뭐하러 가' 라는 이야기를 듣기 일쑤였다. 결국 안되는 머리로 4년제 대학까지 간 것도 다 반항심에서 한 것이였다.

여성은 이래야 돼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정확히 '그 반대로' 행동하려고 했다. '여자니까 내가 들게'라고 배려해 준 것도 '아냐 내껀 내가 들겠어' 라고 거절하고 오히려 남성에게 가방을 들어달라는 여자를 (솔직히) 못 마땅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왜, 너도 손 있는데 그 조그만 가방을 왜 너의 남자친구가 들어주니? 라고 속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다시 넘어와서 한국에 있는 여성들의 부당한 대우를 안타깝게 생각했는데, 왠 일. '페미니즘 커뮤니티'라고 생각했던 워마드라는 집단이 사실 거의 일베와 다름 없는, 익스트림한 사실에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는 언니가 친절하게 워마드 때문에 여성의 불리한 입장을 이슈화 하는 것이며 양면을 가진 곳이라고 가르쳐주는데도 불구하고, (내 기준에서) 페미니즘이 아닌 남성 혐오증의 글들로 도배 되고 있었다. 여성/남성 혐오증과 페미니즘은 전혀 다른 것이다. 그것을 정당화 하기 위해 하는 일들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로 정의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뉴스로만 접하는 (일반)사람들은 곧이 곧대로 페미니즘이란 저렇게 익스트림한 것이구나라고 왜곡되게 배우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이란?



페미니즘의 정의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페미니즘이란 모든 인간 평등을 기준으로 (양성 평등이라고 썼더니 남성이 쓰는 단어라고 해서-_- 돌려 적었다) 여성의 인권 신장을 노력해서 하는 운동을 페미니즘이라고 정의하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페미니즘의 스펙트럼이 여러가지가 있듯, 강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약하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누가 강하게 하든, 어떤식으로 표현을 하든 자기 의견이니까 그 표현을 존중한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정말 조심해야 할 점은, 지금 내가 하는 것이 남성혐오인가? 아니면 페미니즘인가?를 정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것이 정립되지 않고 싸운다면 명분이 없다. 흔히 막장이라고 말하는 '일베' 가 하는 일과 다름없다. '일베'가 했다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처할 것인가?에 답변에 대해서는 'They go low, we go high'로 답하고 싶다. 

그들이 그렇게 한다고 우리가 그렇게 맞대응 하는 것을 합리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베'를 합리화 하지 않는 것 처럼 말이다. 쟨 되고 왜 난 안되요?는 (안타깝지만) 10대가 써 먹을만 한 논리이다. (물론 나도 가끔씩 그런다 ㅜ)


나의 페미니즘에 글에 댓글을 다는 남성들의 의견을 많이 들으니, 여성의 의견도 듣고 싶어져서 어느 한 커뮤니티에 물었다. 하지만, 내가 시대를 못 따라가는 건지 내가 말하는 투나 단어들이 '남성적'이다라는 의견을 들었다. 블로그에도 글을 쓰면서 '남성인 줄 알았는데 여성이네요' 라는 글을 가끔씩 접한다.

나는 내가 생각해도 내가 여성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남성적으로 말투를 쓴다고 하여 내가 여성이 아니라면, 여성적 말투를 쓰는 남성은 남성이 아닌가? 그냥 인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코르셋과 탈 코르셋 



말투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니 탈 코르셋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한국의 외모지상주의는 한국 내에서 뿐이 아닌 국외에서도 '성형수술'로 유명할 정도다. 한국은 '유행' 이라는 트렌드가 항상 있고, 그것을 따라가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이라고 어릴 때부터 친구들에 의해, 미디어에 의해 그렇게 노출된다. 그것을 스스로 깨고자 하는 탈 코르셋 운동에 나는 매우 호의적이다. 하지만, 굳이 꼭 화장을 안 한다고 해서, 머리를 짧게 자른다고 해서 탈 코르셋인가? 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탈 코르셋을 하면서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가며 그것이 남들이 원하지 않는 모습이라도 자기 스스로 기쁜 모습이라면 그것이 탈 코르셋이라고 생각한다. 10센치가 넘는 힐을 신으면서 남들이 뭐라고 손가락질 해도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면 그것이 탈 코르셋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현상을 보고 접하며 느끼는 것은, 

한국 사람들 모두가 서로 너무 각박하고 여유가 없어서 실수조차 용납하기 힘들어 하는 모습에 안타깝기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여유가 없는데 서로의 의견을 들어 줄 시간이 있을리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뜨거우면, 잠시 가만히 두고 식히는 것도 어찌보면 이성적으로 보는 한 방법 중에 하나일 것이다. 뭐-_- 페미니즘 질문 하나 하는 것에도 사람들이 민감하다. 

하지만 언제 어느시간이 되었든, 우리는 이 문제를 들쑤셔서 오픈하고, 깊게 깊게 이야기를 해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덮고 삭제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만이 수가 아니니까. 한국 여성분들, 고생이 많으시네요. 






  • 오랜만에 뉴질랜드 외국인님 블로그에 들렀더니 페미니즘 관련된 글이 있네요. 탈코르셋 관련해서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 댓글 적어봅니다.

    일단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은 코르셋은 개인의 경우, 의견과 생각과는 무관하단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학생인데, 나는 화장하고 싶은데 선생님들은 화장을 하지 말라고 해요. 왜냐하면 나는 아직 어리고, 화장 안 한 게 제일 자연스럽고 '예쁘니까', 그 나이의 '예쁨'이 있으니까. 그럼 나는 화장을 하는 게 탈코르셋일까요? 페미니스트들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선생님들이 화장을 하지 말란 건 "화장 안 하는 게 예쁘니까"입니다. 다시 말하면, 꾸미고 싶어하는 여학생들에게 선생님들이 꾸미지 말라고 하는 건 그 학생에 대한 걱정이나 간섭이 아니라, 여자애들이 어릴 때부터 화장하면 어차피 나중에 화장해야 할 텐데 그때 가면 피부 썩어버리고 결국 이것저것 발라도 안 예뻐서 후회하니까, 어린 여자애들은 그 나이답게 어리게 예쁜 게 제일 예쁘니까. 즉 여자는 예뻐야 하니까입니다.


    한국에서 여성성이 무엇이죠? 조신하고 얌전하고 애교 잘 부리고 마르고 머리 길고 예쁜 게 한국의 여성성이에요.

    하지만 여성성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긴 머리나 치마, 화장. 이건 전부 만들어진 여성성이에요. 여성은 태어났을 때부터 바비인형을 좋아했고 태어났을 때부터 분홍색을 좋아했나요? 아니면 여성들은 긴 머리를 달고 태어나나요? 여자니까 자라면서 그것들을 좋아하게 되나요, 자연스럽게? 태어났을 때부터 조신하고 얌전하고, 태어났을 때부터 애교가 많나요?

    • 학생 2018.07.30 0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바비인형, 여자 아이돌 같은 것들을 보고 자라면서 그것을 선망하게 되는 거죠. 장난감도, 옷도 여아용이 따로 있으니, 여자애들은 자연스럽게 여아용을, 여성스러운 걸 좋아하게 되죠.

      그리고 탈코르셋 운동은 이런 '사회적으로' 여성에게만 강요되는, 정신/건강을 해치는 것들을 그만두고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겁니다.

      내가 진짜 구두를 좋아하고 화장을 좋아해도 이건 탈코르셋이 아닙니다. 많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화장도 하이힐도 탈코르셋이 될 수 없습니다. 이미 어렸을 때부터 여자들은 이것들을 사회적으로 강요받으면서 자라왔고 이것들을 좋아하게 됐어요. 하지만 탈코르셋은 결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사회에 강요받았음을 인지함을 통해 나 자신을 찾아가는 운동입니다.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결코 탈코르셋이 되거나 페미니즘에서 어떤 의의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 학생 2018.07.30 02: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이힐을 신으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발과 관련된 질병을 얻기 쉬워요. 심한 경우에는 발 모양이 아예 뒤틀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자들을 제대로 걷지조차 못하게 만들었던 전족과, 허리를 졸라매 오장육부를 뒤틀리게 만들었던 코르셋. 이것들은 현대 사회의 하이힐을 비롯한 코르셋들과 일맥상통합니다.

      과거의 여성들은 전족 또는 코르셋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그것을 하는 게 자신의 자유와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하지만 결국 둘 다 건강을 심각하게 해쳐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아무도 전족이나 코르셋을 자유라고 하지 않죠. 오히려 이상하고 기괴한 "악"습 사례로 교과서에 자주 등장합니다.

      현대 사회의 코르셋도 마찬가지입니다.

    • 안녕하세요 학생님? 학생님의 의견 감사합니다.

      학생님이 말씀하시는 요지를 간략하게 하자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과연 스스로 정해서 좋아한 것인가 아님 사회가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인가? 그리고 더 나아가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가리는 건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를 말씀하시는것 같습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 했나요?? ㅎㅎ

      탈코르셋은 단순히 남들이 이렇게 하라고 하니까 저항심리에서 반대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페미니스트들이 학생들이 화장하는 것이 탈 코르셋이 아니다 라고 하는 의견에 저는 다른 의견이 없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내가 하이힐을 좋아하는 것에 내 스스로가 좋아해서 신는 것이냐, 아니면 내가 사회가 만들어낸 교육에 물들어 내가 좋아하게 된 것이냐인데 그건 그 사람만이 판단해서 정의할 문제입니다. 저 여자가 하이힐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여자가 페미니스트가 아니란 법은 없지 않을까요?
      하이힐이 아닌 스니커즈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스니커즈를 좋아해서 모은다면 '넌 정말로 여성성을 탈피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될까요? 10대 때는 사회의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30대가 지나고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그때서야' 알게 된 시점에서도 그걸 계속 좋아하게 된다면 그건 그냥 개인의 취향이라고 봅니다.

      10,20대 때는 자신이 어떤 옷이 어울릴 지 몰라 이것도 입어보고 저것도 입어보다 30대가 되니 자신이 무슨 옷을 입는게 제일 편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쇼핑 실패도 적어지고요 ㅎㅎㅎ)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내가 그래도 하이힐을 좋아한다면 그건 사회가 강요한 것보다 자신의 선택이라고 봅니다. 그 선택이 남들이 보기에 한국의 여성성이 더 짙게 보인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고용시에 강요하는 여성성 (빨간 입술이라느니라는)은 당연히 없어져야 할 문화입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요리는 항상 엄마가 하는 그런 당연시함, 남성은 험한일을 담당하는 그런 당연시함. 여성은 조용해야 한다는 그런 당연시함. 비단 한국뿐만이 아닌 외국에서도 여성성을 요구하는 나라도 얼마나 많은지요. 하지만 하이힐이 여성성이라고 해서 그것을 스스로 선택해서 좋아할 권리까지 우리가 탈코르셋이라는 이유로 막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그게 그 사람들 몸을 해치든 해치지 않든 그건 그들의 선택입니다. 그건 그냥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갑자기 이 사람들이 생각나네요 ㅎㅎ https://youtu.be/bQtT-Tv_tZ4

    • 깊은 생각을 하게 해 준 댓글 정말 고맙습니다 학생님. 계속 좋은 생각 공유해주세요- :-)

  • 대학생 2018.08.26 18: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글 잘 보고있습니다. 뉴질랜드 외국인 님께서 작성하신 글에 대해 어느정도 공감하는 편입니다. 사실 탈코르셋에 대해서 요즘 생각이 많아요. 나는 내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데 하이힐을 좋아하거든요. 그럼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닌가? 라고 생각을 했을때 그건 아니거든요. 페미니스트가 되기 위한 자격조건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역시 사회에서 강요하는 여성성은 너무나도 공기와 같이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 스스로 하이힐을 좋아하지만 하이힐을 신고 싶지 않은 날에도 신어야한다는 생각이 들때를 예로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날 하이힐을 신지 않고 스니커즈를 신는 것 또한 탈코르셋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정답은 없기 때문에 제 생각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말이죠 :) 아직 공부할 부분이 많아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