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 한국의 뜨거운 여름이 6월의 시작을 알린다면, 여기서 6월은 추운 한 겨울의 시작이다. 

추워지는 날 만큼 감기와 같은 몸살을 앓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좀비처럼 생겨나는데, 마침 내 옆자리에 앉는 S도 감기 걸린 여자친구 때문에 감기가 옮았다. 오랫만에 회사에 출근 한 S, 도착하자 마자 기침부터 시작한다.


"와우, 너 목소리가 완전 갔어"


"응 알아 콜로러로로로코롴롴로러로콜코록"


할아버지 목소리를 내는 S, 며칠 동안 집에만 박혀 있으니 지겨워서 몸이 다 낫지 않았는데도 출근했단다. S는 은근 Sick Leave를 많이 쓰는 편인데 (씩 리브 - Sick leave 병가) 이번에는 정말 많이 아프구나 싶었다.





Sick Leave (씩 리브 - 병가)


뉴질랜드 씩 리브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고용한 곳에서 6개월 이상 일을 했다면 1년에 5일은 씩 리브로 쓸 수 있으며, 씩 리브를 써도 급여는 지급된다. 자신 뿐만이 아닌 가족이 아프거나 부상 당해서 돌봐야 할 상황이 왔을 때도 씩 리브를 쓸 수 있다. 다만 3일 연속을 쓰게 된다면 회사에서 처방제나 의사 소견서 등을 요청할 수 있는데 이건 아프면 처방전 같은 것을 증명하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 인듯 하다. 만약 3일 이상 씩 리브를 썼는데도, 증명할 수 없거나 하면 매니저의 재량과 회사에 판단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정확한 정보는 뉴질랜드 정부 홈페이지에서 확인 - https://www.govt.nz/browse/work/sick-leave/







회사는 아프면서까지 일을 시키지 않는다.



S가 회사에 도착한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S 옆자리에 앉는 여성 직원 R이 도착했다. R이 가방과 스카프를 푸는 동안 S의 기침소리를 듣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S의 매니저 J에게 다가가


"J, S 집으로 보내버려줘~"


그러자 곧바로 J는,


"S, 너 아무래도 집에 가서 좀 쉬는 게 좋겠다"


그래서 회사에 온지 얼마 안 된 S는 30분도 채 못 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_- 강제로 보내버림-_-





한국은 직원이 감기 기운이 있든, 암이 있든 간에 아프면서도 꿋꿋이 나옴으로써 보여주는 충실함 또는 성실함을 강조 또는 강요 받는다. 몇 년 전 (몇 년 전으로 까지 올라갈 것도 없다) 우리는 IT기업의 개발자가 밥 먹듯이 야근을 하며 프로젝트를 하던 중 암, 스트레스 또는 과로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뉴스로 전해 듣는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커뮤니티 루리웹이라는 웹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어느 한 개발자의 죽음에 관련된 글이다. 그 개발자는 암으로 추정되는 진단을 받았고, 추가 정밀 검사를 해야 하는 심각한 상태였다. 그의 상사는 그 개발자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 때문에 정밀 검사하고 나서 다시 출근 하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였다. 



해외에서는 아픈 몸을 끌고 일하는 것에 대해 그다지 반가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지양하는 편이다. 감기 같이 옮기 쉬운 질병 같은 것들은 한 공간에서 일함으로 인해 전염 될 확률이 높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일의 효율을 반감시킨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굳이 회사에 나와서 질병을 다른 사람들에게 폐 끼치며 병을 뿌리고 다니지 말라는 것이다-_-... 그리고 혹시나 직원들이 아프지 않더라도 균이 퍼져 그들의 가족까지 아플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뭐 나쁘게 말하자면 혼자 아프라는 이야기....)





그래서인지 뉴질랜드에서 병가를 내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며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꼭 아프지 않더라도 몸의 컨디션이 저조할 때도 씩 리브를 쓰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요새 한국은 아직도 눈치를 보며 병가를 쓰는 지 궁금하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한국 직장인 분은 댓글로 요새는 어떤지 글을 남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