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월 초부터 중순까지 2주 간 회사에 데이오프를 내고 여행을 다녀오느라 최근 블로그에 글이 뜸했다. 작년 밀포드 트랙(Milford track)을 다녀오고 나서 사진을 찍어서 엄마에게 보냈는데 하고 싶어하시는 눈치라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밀포드 트랙이 한국에서는 꽤 알려진 유명한 트랙) 엄마를 위해 일찌감치 작년 5월에 밀포드 트랙 부킹을 끝내 놓았었다. 


혹시나 밀포드 트랙에 대한 필자의 글을 보고 싶다면 

- 밀포드 트랙 준비하기 링크

- 밀포드 트랙 첫째날 링크


그래서 이번 여행은 작년 5월부터 미리 계획 된 기~다리고 기다린 여행이라 엄마도 그렇고 나도 꽤 기분이 들 뜬 상태였다. 게다가 뉴질랜드로 영어 공부하겠다고 와서 눌러 산지는 오래지만 정착이 제대로 안 되었던 지라 이제서야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엄마를 초대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생전 처음한 엄마와 단 둘만의 여행"이였다. 진심으로 생전 처음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입시를 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 서로가 너무 바빠서 일주일에 짧게 몇 번 볼까말까한 사이였다. 특히 대학교 때부터 자취하다시피 해서 나가 산 게 오래라 한국에 있을 때도 직장 다닐 때는 3달에 한번 정도 밖에 볼 수가 없던 "막연"한 사이... 




3월 1일부터 (엄마는 2월 29일부터) 3월 14일 총 15일 정도 되는 일정 동안 엄마와 나는 많은 것들을 같이 했는데, 그 시간동안 나에게 엄마가 아닌 사람으로써의 엄마를 알게 되서 좋은 아주 값진 시간이였다 (물론 드라마틱한 일도 분명 있었다).밀포드 트랙이 끝나고 나서 남은 기간 동안 마운트 쿡으로 운전하는 와중에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말을 꺼내기 시작한 엄마의 이야기는 나에게 엄마가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이 여행에 있어서 가장 값진 시간을 만든 4시간이였다. 대학교 등록금 200만원이 없을 때 돈이 없어서 친척들에게 부탁했지만 거절 당한 일,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왜 엄마가 힘들었는지 등..


나는 엄마가 밀가루 면, 파스타 종류를 안 좋아하지만 빵 종류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제 알았고 군것질을 잘 안하는 나에 비해 군것질을 밥 시간 중간에 하는 걸 (뻥튀기, 쿠키 류) 좋아한다는 것, 꽃과 열매를 참 많이 좋아 한다는 것. 운전을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없는 나에게 오히려 그것이 엄마가 필요로 했던 진짜 시간이였음을 내가 입을 '닥치자' 깨닫게 된 사실이다. 엄마에게 항상 말하기만 했지 정작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 줄 시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국으로 엄마를 돌려보낼때도 공항 앞에서 코끝이 찡했지만 그래도 꿋꿋한 모녀답게 서로 울지 않고 담백하게 헤어졌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고 냉장고에 채워놓은 엄마의 반찬들을 보니 마음이 싸해지면서 여행동안 더 살갑게 대해주지 못한 '몹쓸 자식'이였다는 것에 눈물과 후회가 남았다.


엄마가 젊은 나를 따라 등산을 올 정도로 아직까지 건강하다는 사실에 고맙다.








* 개인적으로 밀포드 트랙은 비가 와야 제 맛. 특히 두쨋날은 비가 온 게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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