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회사 생활] 아프면 집에 가세요, 회사에서 골골대지 말구요.

2018.06.07 14:31뉴질랜드 라이프/회사생활



지구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 한국의 뜨거운 여름이 6월의 시작을 알린다면, 여기서 6월은 추운 한 겨울의 시작이다. 

추워지는 날 만큼 감기와 같은 몸살을 앓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좀비처럼 생겨나는데, 마침 내 옆자리에 앉는 S도 감기 걸린 여자친구 때문에 감기가 옮았다. 오랫만에 회사에 출근 한 S, 도착하자 마자 기침부터 시작한다.


"와우, 너 목소리가 완전 갔어"


"응 알아 콜로러로로로코롴롴로러로콜코록"


할아버지 목소리를 내는 S, 며칠 동안 집에만 박혀 있으니 지겨워서 몸이 다 낫지 않았는데도 출근했단다. S는 은근 Sick Leave를 많이 쓰는 편인데 (씩 리브 - Sick leave 병가) 이번에는 정말 많이 아프구나 싶었다.





Sick Leave (씩 리브 - 병가)


뉴질랜드 씩 리브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고용한 곳에서 6개월 이상 일을 했다면 1년에 5일은 씩 리브로 쓸 수 있으며, 씩 리브를 써도 급여는 지급된다. 자신 뿐만이 아닌 가족이 아프거나 부상 당해서 돌봐야 할 상황이 왔을 때도 씩 리브를 쓸 수 있다. 다만 3일 연속을 쓰게 된다면 회사에서 처방제나 의사 소견서 등을 요청할 수 있는데 이건 아프면 처방전 같은 것을 증명하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 인듯 하다. 만약 3일 이상 씩 리브를 썼는데도, 증명할 수 없거나 하면 매니저의 재량과 회사에 판단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정확한 정보는 뉴질랜드 정부 홈페이지에서 확인 - https://www.govt.nz/browse/work/sick-leave/







회사는 아프면서까지 일을 시키지 않는다.



S가 회사에 도착한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S 옆자리에 앉는 여성 직원 R이 도착했다. R이 가방과 스카프를 푸는 동안 S의 기침소리를 듣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S의 매니저 J에게 다가가


"J, S 집으로 보내버려줘~"


그러자 곧바로 J는,


"S, 너 아무래도 집에 가서 좀 쉬는 게 좋겠다"


그래서 회사에 온지 얼마 안 된 S는 30분도 채 못 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_- 강제로 보내버림-_-





한국은 직원이 감기 기운이 있든, 암이 있든 간에 아프면서도 꿋꿋이 나옴으로써 보여주는 충실함 또는 성실함을 강조 또는 강요 받는다. 몇 년 전 (몇 년 전으로 까지 올라갈 것도 없다) 우리는 IT기업의 개발자가 밥 먹듯이 야근을 하며 프로젝트를 하던 중 암, 스트레스 또는 과로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뉴스로 전해 듣는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커뮤니티 루리웹이라는 웹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어느 한 개발자의 죽음에 관련된 글이다. 그 개발자는 암으로 추정되는 진단을 받았고, 추가 정밀 검사를 해야 하는 심각한 상태였다. 그의 상사는 그 개발자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 때문에 정밀 검사하고 나서 다시 출근 하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였다. 



해외에서는 아픈 몸을 끌고 일하는 것에 대해 그다지 반가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지양하는 편이다. 감기 같이 옮기 쉬운 질병 같은 것들은 한 공간에서 일함으로 인해 전염 될 확률이 높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일의 효율을 반감시킨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굳이 회사에 나와서 질병을 다른 사람들에게 폐 끼치며 병을 뿌리고 다니지 말라는 것이다-_-... 그리고 혹시나 직원들이 아프지 않더라도 균이 퍼져 그들의 가족까지 아플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뭐 나쁘게 말하자면 혼자 아프라는 이야기....)





그래서인지 뉴질랜드에서 병가를 내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며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꼭 아프지 않더라도 몸의 컨디션이 저조할 때도 씩 리브를 쓰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요새 한국은 아직도 눈치를 보며 병가를 쓰는 지 궁금하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한국 직장인 분은 댓글로 요새는 어떤지 글을 남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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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창2018.06.08 01:46 신고

    안녕하세요?
    IT 중견 기업에 다니고 있고 다음주면 11년 직장을 퇴사하는 사람입니다 ㅎㅎ

    우리회사는 외국계열처럼 수평적 구조에 나름 기반 있고 인지도 있는 기업임에도 병가 제도는 없습니다. 다만 연차는 눈치없이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제가 신입일 때는 연차휴가 조차 사유를 써야 했는데 당당히 휴식이라고 했던 기억이 많고 결국엔 사유란에 공백도 허용 될 정도로 연차는 너그러운 편입니다. (사유에 뭐라고 써야 할까 고민하는 직장동료도 꽤 있었던...)

    하지만 주위 지인들에 의하면 대기업이 아닌 이상 병가 제도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추가로 병가 제도가 있어도 기업문화에 따라 눈치 여부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모든 대한민국 기업의 병가 제도가 이렇다 저렇가 치부하기엔 많은 발전이 있었던건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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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뉴질랜드 외국인2018.06.08 05:17 신고

      안녕하세요 신도창님? 큰 결정 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퇴사 후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하네요.

      현재 다니고 계시는 직장에서 연차를 눈치 없이 제대로 쓰도록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회사네요. 소규모의 회사는 여름 휴가도 주어진 정해진 기간에만 가도록 하는데 말입니다.
      지인들을 보면 다행히 연차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환경이 서서히 만들어져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그것도 아마 중견, 대기업 정도만 적용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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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창2018.06.08 08:42 신고

    7월5일 꿈꾸던 뉴질랜드로 다시 출국합니다 ㅜㅜ

    계획대로 1년동안 연수받으며 오클랜드에 머물 예정인데 막상 눈 앞에 닥치니 긴장도 되고 흥분도 되고 만감이 교차하네요.

    어쨌든 11년동안 종사했던 직장을 관두려니 시원섭섭하지만 어제보다 더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이라희망을 가지며, 몇년 후에는 저도 sick leave를 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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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뉴질랜드 외국인2018.06.08 09:35 신고

      축하드려요! 오클랜드로 가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오클랜드에 한국사람, 한국 음식도 많고 하니 적응이 다른 지역보다 쉬울 것 입니다 :-) 오시기 전에 건강 상태나 아팠던 치아 같은 것이 있으면 미리 체크하고 오세요. 신도창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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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니혀니아빠2018.06.15 11:24 신고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댓글남...이번이 2번째라 기억은 못하실거같습니다 ㅎㅎㅎ 암튼 작년까지 한국에서 은행원 생활하다가 지금은 뉴질랜드에 정착하려구, 푸케코헤(진짜 시골이죠 ㅎㅎ)에 살고 있어서 한국 실정은 좀 아는데요. 한국은 제도적으로는 병가 개념이 있지만, 집이나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견서 내지는 처방이 있지 않는한(의사들도 잘 안줍니다) 사용은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주변엔 갑상선암(비교적 완치가 쉽다더군요)으로 진단받고 1개월 가량 수술받고 쉬다 오시는 분은 봤는데, 그조차 드문 케이스죠. 다만, 앞에분 말씀처럼 연차는 그래도 대형 조직을 중심으로 사용이 쉬워지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부서장이나 상사 성격에 많~~이 좌우되긴 하지만요. 저는 그래도 합리적인 분들 밑에서 지냈던 기억이 많지만, 주변에는 사실 찾기 어려웠어요. 동생 남편이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데, 직원들 연차에 대해서 얼마나 싫어하던지...ㅎㅎㅎ 별로 말을 길게 못하겠더라구요. 그나마 미사용 연차에 대한 수당 지급이나, 회사가 직원에게 연차부여를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법률은 잘 조성되고 있어서, 아주 예전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닙니다. 물론 그래도 아직 전반적인 수준은 노동력 착취에서 갓 벗어난 느낌입니다. 오랜시간 이런식이다보니, 노동부나 개인 노무사들도 딱히 개인편인지는 모르겠어요. 회사 인사부도 보통은 조직 입장에서 연차를 비용으로만 보는 분위기이기도 하구요. 말이 주절주절 많네요. 뭔가 하소연 느낌? 암튼 평소에 뉴질랜드 외국인님 덕에 많이 배우고 있던 차에 제가 조금 아는게 있을까 싶어서 말이 길어졌습니다 ㅋㅎ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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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뉴질랜드 외국인2018.06.15 13:31 신고

      안녕하세요? 닉네임이 익숙해서 기억합니다. ㅎ 하니혀니아빠님의 표현 중 '노동력 착취에서 갓 벗어난 느낌'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큰 조직은 사회 법도 그렇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만, 법망에 잘 걸리지 않는 영세업자나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힘든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ㄷㄷ 블로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로 종종 안부 전했으면 좋겠네요 ㅎㅎ 궁금하거나 이런 글이 필요하다 싶으면 요청하시면 고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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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ffff2018.09.19 21:32 신고

    저는 서울에서 스타트업 게임회사에 다니고있는데 연차 자유롭고 출퇴근도 꽤 유연하고 자기 할 일 다 했으면 야근안해도되고 그래요.
    아프면 연차나 반차쓰고 쉬면되구요. 1년에 15일 줘요. 점심은 식대를 월급에 따로 주고 밥은 알아서 자유롭게 먹어요.
    야근하면 저녁사주고요. 일정이 바빠서 야근,철야 많이한 사람들은 따로 대체휴무를 줘요. 다만 초과근무수당은 없네요.
    일정만 지키면 업무시간에 카페가거나 병원가도 별 말 없고, 급한 일정 아니면 미뤄져도 크게 뭐라하지 않아요.
    전반적으로 한국회사 다니는데 편하고 괜찮은데 연봉이 아쉬워요.
    웰링턴에 있는 웨타워크숍을 준비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유는 뉴질랜드는 연봉을 많이 줄까? 해서에요.
    평균 1억정도 받는게 사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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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뉴질랜드 외국인2018.09.20 05:58 신고

      와 그런 회사가 있다니, 한국 사정도 많이 나아진 것 같네요. 스타트업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아는 웨타 스튜디오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로 정규직이 아닌 프로젝트 건으로 계약을 한다고 하네요.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도 렌트비나 생활비 등 해외에서 생활하며 드는 각종 소비가 많이 들고 하는 것 치면 한국과 별반 다를 게 없긴 한 것 같습니다만.. 영어가 되신다면 도전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제가 연봉 금액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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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2018.11.12 00:18 신고

    안녕하세요 이것저것 검색하다 우연히 글을 보게 되었는데
    정말 이주하고 싶은 글이네요..ㅠㅠ
    서비스업이고 하루종일 말을 해야되는데 여긴 눈치 엄청 줍니다.. 예약된 병원도 거의 병가가 아닌 연차 혹은 반차로 써야하구요
    응급실이나 말을 아예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출근하게 합니다. 일단 와서 점심시간을 이용하거나 야간병원을 가라는 식이죠(솔직히 아픈데 밥먹는 시간까지 할애하며 가야하는 이유가 뭔지 싶지만요)
    병가가 법으로 규정되지는 않았다지만 놀러간다는 것도 아니고 아픈 것을 눈치보려니 서럽네요 퇴사하고자 하는 이유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사람마다 신체부위에 따라 아픈 정도도 제각각이고 꼭 응급실행이나 말이 안 나오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업무를 하지 못하는 다양한 질병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다양성은 인정을 못하는듯해요. 심지어 그렇게 참고 병을 키워서 장기병가를 쓰거나 퇴사하게되면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는게 제일 짜증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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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뉴질랜드 외국인2018.11.12 12:15 신고

      안녕하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서비스업이 정말 힘들죠 ㅜ 아파도 웃어야 하고, 아픈 얼굴로 일하면 왜 인상쓰면서 일하냐고 하고 말이죠.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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