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서양남자 P와 결혼한 지 2년이 넘었다.
한국사람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과 결혼한 것이 다른 점이 있으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여태껏 느꼈던 2년 간 결혼 전과 결혼 후에 달라진 점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1 - 멀고 먼 존재감, 시월드
남편이나 나나 뉴질랜드에 가족이 없는 외부인 출신이라 가족 및 친척이 없다. 그래서 그립기도 한 이들의 존재들이 바로 시월드다. 예를 들어, 친구들 중에 맞벌이를 하거나, 한 명은 일을 해야 하고 한 명이 한 명 이상의 아이를 돌보는 경우 친정이나 시댁의 도움은 정말이지 전화찬스와 같다. 가드닝이나 집을 고쳐야 하는데 시아버지나 친정 아버지가 근처에 있었더라면 그들의 경험치로 금방 고쳤을테고, 산후조리나 아이들 때문에 끼니를 제때 챙겨먹지 못한다면 시어머니나 친정엄마가 요리를 해 주었을 것이다.
특히 가장 이들의 존재가 그리운 때는 설날 과도 같은 날인 크리스마스. 크게 한 상 차려놓고 이야기 하는 그런 시간 없는 것이 조금은 쓸쓸하기도 하지만, 시부모나 친정의 간섭이 싫은 사람들이라면 차라리 이런 상황을 부러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 - 성별에 상관없이 나뉘어 지는 집에서의 역할
결혼 후 1년 정도는 투닥투닥 싸우면서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라면 2년 정도 되었을 때는 서로가 무엇을 더 잘하는 지 경험을 통해 파악하게 된다.
인내심 테스트처럼 이케아 같은 가구를 조립할 때 내가 옳다 너가 틀리다 하면서 꼭 말 다툼이 오갔는데, 이제는 누가 더 잘하는지 서열이 매겨진 후 부턴 군말없이 가구를 조립하게 되었다. 매뉴얼을 보고 순서를 파악하고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알려주는 것은 내가, P는 그것에 따라 군말없이 조립한다.
대신 청구서나 전기, 인터넷 등은 P가 담당하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불만사항을 접수하는 건 오롯이 그의 일. 내가 불만사항을 말하면 사람들이 잘 안 들어주는데, 스코티쉬 악센트로 고객센터에 불만사항을 접수하면 잘 먹히는 그런 느낌?... 잔디깎는 건 P가, 잡초를 뽑는 건 내가, 빨래는 여유가 되는 사람이. 그것이 남녀가 해야하는 일이 아닌 그저 자연스레 자기가 더 잘하는 것을 더 나서서 하게 되었다. 장을 보는 것은 일반 마켓은 P가, 아시안 마켓은 내가 본다.
3 - 아이에 대한 생각
다른 부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이에 아이가 없다는 것에 크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시댁이나 친정에서 말이 많을 수 있을텐데, 그들도 우리가 알아서 하겠거니... 하며 크게 개의치 않아 해서 인지 더욱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집착감이 없다. 물론 아이가 있으면 좋겠지~ 하는 이야기는 하지만 오롯이 내가 원할 때 이어야 한다며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 감사하다.
4 - 끼니는 각자가 알아서 해결하기
연애할 때는 서로를 의식해서 양보하며 상대방의 음식을 더 먹어주었는데, 요새는 각자 끼니를 요리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국 음식 특징이 한번 해 놓으면 며칠은 가는 요리가 있어서-_- 그럴 때는 P가 먹고 싶은 저녁을 따로 해서 먹는다. 특히 요새 P는 채식주의자를 실천하고 있어서, 고기가 가끔씩 먹고 싶을 때 나도 따로 요리를 하게 된다. 외부에서 보면 마치 남남처럼 정 없이 따로 끼니를 먹는 모습이 안 좋아보일 수 있겠지만 서로가 이게 편하니 우리 둘 사이에는 크게 불편함이 없다. 물론 저녁을 뭐 먹을지 각자 이야기 하다가 의견이 맞춰지면 같이 먹는다.
결론은? 결혼생활 거기서 거기지 뭐
외국인과 결혼하면 다른 점을 생각하며 이렇게 써 보았지만, 음식과 시부모가 같은 나라에 거주하지 않는 점만 빼고는 여느 부부와 다름 없는 결혼 생활을 누리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로 배려하는 마음가짐. 혹시나 다른 나라 사람과 연애나 결혼하는 것이 너무 문화차이가 날까 걱정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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