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제출을 했다.
뉴질랜드에서 스스로 사직서 제출하는 것은 처음이라 프로세스나 퇴사 준비 등 과정을 글로 남겨 놓으면 좋을 것 같아 작성한다. (물론 이 글을 보시고 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만 9년의 직장생활, 왜 나는 사퇴를 결심 했을까?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아주 짧게 말하자면
변화가 필요했다.
이 회사에 일을 시작하면서 첫 2년 동안은 정신없이 즐겁게 다녔다. 제대로 된 해외 직장인데다가 일도 그렇고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도 배울 게 너무 많았다. (아직까지도 배울 점을 찾자면 있다) 회사는 편하고 젠틀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연봉에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고, 남들이 이야기하는 워라벨이 넘치고, 남을 매니지먼트 하는 레벨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거의 없었고, 매니저도 배려를 많이 해 주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회사를 관둬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공무원같은 직장 느낌) 게다가, 영어 때문에 다른 회사에 취업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많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런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왜 관두냐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회사 외에 다른 것들에 변화를 주면서 다녔고, 심지어 작년에는 몇 달 쉬고 다니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쉬기도 했다. 하지만, 복귀하고 나서도 나는 나의 감정을 다스리는데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매니저와 상의하기
사직서를 뜬금없이 내는 것보다 일단 매니저와 1대1로 면담을 했다. 물론 면담할 때도 바로 '나 관두겠음'이 아니라 일단 나의 현재 일 상태, 내가 생각해 온 것들을 공유했다. (마치 어항에 물고기를 옮기는 것처럼 천천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듯)
그리고 다른 '기회'도 생각 중이다 라고 이야기 했다. 내 매니저는 일단 같은 회사 내에서 다른 자리로 옮기거나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로 갈 수 있는 지 여러 가능성들을 봐준다고 했다. 한 2주 정도 시간을 가지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정이 가능한 기회를 가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나의 결정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매니저가 완전히 파악했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매니저와 상의하고 사직서를 작성하기 까지는 1달이 걸렸다. (회사를 오랫동안 다닌 만큼 사직서 제출하는 마음가짐의 시간이 걸렸다)
사직서 작성하기
사직서는 한 달 전에 미리 작성을 해 두었다.
'정말 관둬야지' 라는 생각이 들 때 마다 사직서를 작성하면 내 기분이 달라질까 해서 작성을 했다. 무슨 이유를 써야할지도 생각하면서 입장 정리를 했다.
내가 작성했던 것을 짧게 요약하자면:
- 너무 슬프지만 사직서를 제출한다
- 사직의 이유 (매니저와 이미 상의를 먼저 했기 때문에 장황하게 하지 않고 간결하게 함)
- 일을 관두는 시기 (사직서 제출 날짜부터 4주 정도 기간): 나는 다른 회사로 바로 이직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의 스케줄에 따라 퇴사 날짜 결정 조율에 유연하다고 함
- 회사와 같이 일한 팀에 대한 감사 인사
자, 이제 퇴사 준비
워낙 오랫동안 퇴사를 생각했기 때문에 정리해야 할 자료들은 거의 정리했다. 회사 전체 사람들에게 전부 통보 되었기 때문에 나에게 다가와서 퇴사해서 아쉽다 그리고 보고싶을 거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는데 감사하기도 하면서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Sad that you're leaving" 또는 "I'm happy for you that you're going for an advanture" 등 슬프다 하지만 너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기쁘다 등을 말해주었다. 그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다른 사람들은 자기 자리에 그냥 만족하면서 행복해 하는데 너는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 시도를 한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해.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
마지막 날까지 한 달 정도 남았는데, 그 때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 에너지를 쏟으려 한다. 더 일을 잘하고,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게 웃으면서 대하기.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마지막 감사 이메일을 작성을 해 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 퇴사를 하고 나면 블로그에 글을 좀 더 쓰려나. 퇴사 마지막 날 이야기는 한 달 뒤에 포스트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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