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라이프/회사생활

[뉴질랜드 회사생활] 사기꾼 신드롬, 드디어 무너진 시니어의 벽

뉴질랜드 외국인 2019. 5. 2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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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세달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많은 심경변화가 일어났다.

올해 초 나를 담당하던 매니저가 떠나면서 그가 하는 일을 절반 떠 맡는 바람에 눈 코 뜰새 없이 매 주가 휙휙 지나갔던 것 하나. (그 결과로 주 4일로 일했던 나의 여유로웠던 회사 생활 패턴을 주 5일로 다시 돌려버렸다) 

그리고 매니저 공석으로 인한 새로운 매니저를 찾는 여정에 왠지 '저 자리에 도전하고 싶다' 와 '내가 할 수 있을 자격이 될까' 라는 생각이 동시에 나를 괴롭혔던 것 하나.

 

내가 시니어가 되었을 때 가장 최고로 꼽을 수 있는 취약점은 (당연하게도) 영어다.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현지인 혹은 영어권 출신이 많은데 그들에 비하면 내가 하는 영어가 매끄럽지 않은 건 너무나 당연한 일. 이런 이유로 했어야 하는 말을 안 할 때가 꽤나 있다. 어려운 말을 쓰거나 정말 말을 못 알아듣겠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도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흐려지면 대화가 금방 화이트 노이즈처럼 소음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사람을 관리해 본 적이 없다.

시니어가 되면 내 팀에 있는 사람을 관리해야 하는데, 내 일 챙기기 바빠죽겄는데 남의 일을 챙길 정신이 남아날 수 있을까 싶었다. 다른 팀에서 일을 많이 요청하면 나는 얼마나 그것을 쳐 낼 것인가? 내가 무조건 Yes함으로 인해 겪게 되는 많은 일을 팀 내 사람들이 감당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까? 시니어 권한으로 쓸 수 있는 버짓을 만들 수 있을까? 등, 매니지먼트 트레이닝 세션은? 리포트 관리는? 다른 사람 고용할 때의 프로세스는? KPI는? 퍼포먼스 리뷰는? 연봉협상은?????? (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

 

 

그래서 이모 뻘 되는 20년 회사 경력이 있는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 놓았다.

내가 이 일을 지원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이라며 내가 할 수 있을까 라고 물어보니, 나에게

"혹시 Imposter Syndrome (사기꾼 신드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어?" 

뭔지 몰라 되물으니 지인이 친절히 말해주길,

 

사기꾼 신드롬은 자기의 능력이나 성공에 대해 자격이 없다고 내면화 하고 남들이 자기의 능력이 부족한 것을 알아챌까 자신이 사기꾼처럼 느껴지는 심리라고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책을 추천해 주었다. 책 제목은 <Playing Big>

 

playing big

 

책을 읽어보니 내가 왜 이제 알았나 싶을 정도로 내가 이 신드롬 증상에 완전히 빠져 있었구나를 직감했다.

이 증상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자신의 능력치보다 더 낮게 자신이 평가하고 높은 포지션에 도전하지 않는 것이 그 중 하나가 되겠다. (실제로 나의 매니저 포지션을 지원 한 사람들은 전부 다 남성이었다.) 역사적으로도, 오랫동안 굳혀진 성 역할로도 여성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위치에 매번 놓여져 있어서 이런 낮은 위치가 익숙해진 것도 한 역할을 한다고 작성되어 있다.

 

더불어 한국에서는 워낙 잘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왠만큼 해도 잘하는 것 처럼 보이지도 않아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시니어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었던 것도 아마 한 몫을 하지 않나 싶다. 시니어는 이만큼은 해야지! 라고 마치 모든 걸 다하는 사람처럼 그렸던 게 문제이지 않을까. 그 외에도 책의 제목처럼 크게 놀수 있게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는데 자기최면을 걸기도 하고, What if, 이런 경우에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머리에 그리라 등 자기에게 스스로 물을 수 있는 연습 가능한 마인드세트(Mindset) 등이 다뤄져 있다. 

 

높은 기대치 + 부족한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 때문에 시니어 포지션에 대한 도전을 미루다가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고 드디어 이번 달 초에 지원, 인터뷰까지 봤다.

'뭐 까짓거 떨어지면 피드백 받고 나중에 또 지원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는데

 

시니어 벽이 무너지는 장면

현재는 잡 오퍼를 받은 상태다. (아직 계약서에 싸인은 하지 않았지만)

다음 달 부터 몇 달간은 시니어롤에 적응하기 위해 매니지먼트에 대해 많이 찾아보지 않을까 싶다. 찾다가 좋은 내용 있으면 블로그에 공유 할 생각.

 

 

시니어의 벽이 이렇게 무너졌다. 주 4일 근무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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