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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밤 10시가 넘어가던 시각,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의 문 닫힌 시장은 눈이 내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한 없이 조용하고 추웠다. 지나가는 행인 한 명도 없었다. 분홍색 내복만 입은, 시장 쪽으로 걸어가는 한 아이는 돈도 없었다. 시장을 돌아다니며 문이 열린데가 혹시 있을까, 추위를 피하기 위해 시장 깊숙이 들어가 찾은 곳은 전기 난로로 불을 쬐던 한평 쯤 되던 경비실, 그 경비실이 그 날 아침 6시까지 하룻밤을 묵었던 장소였다. 오늘은 그래도 잘 만한 곳을 찾았구나.
그 때는 말 그대로 하루하루 생존하며 사느라 그 당시에는 몰랐다. 얼마나 절망적인 나날들 이었는지. 같은 나이 또래들은 평생 겪어보지 않는 일들을 나는 일상처럼 겪고 있었다는 것을. 귀여운 그 벽지를 보자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내가 어딜 가든 잘 살거라고 이야기를 듣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때보다 상황이 절망적 이지 않으니까. 그 때만큼 더 한 상황은 정말 없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나도 완전히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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