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것/월간 다이어리

2020년 9월 일기 - 나를 사랑하는 마음

뉴질랜드 외국인 2020. 10. 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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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2020년은 코로나만큼이나 나에게도 큰 변화가 있는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Midlife crisis처럼 지난 두세달동안 생각도, 감정도 제어가 잘 안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왠만하면 집에 있었다. 새로운 것을 하지도 않았고, 친구를 만나지도 않았다. 일도 하기 싫었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들도 거의 울며 겨자먹기로 했다. 그렇게 한 일들은 당연히 나도, 상대방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2 - 이렇게 솔직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창피하면서도 하강세로 내려가고 있었던 나의 감정선이 멈추고 올라갈 커브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아주 짧게나마 명상을 하고 있고, 나에 대한 확신의 말도 몇자 적고 있다. 한 장이라도 독서를 하고 있다. 정말 미세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고,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이나마 만들기 때문에 하나씩 하고 있다. 예전에는 한번도 생각하지도 않았던 장기 목표 하나가 내 노트에 나타났다. 바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

 

3 -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힘든 하루를 위로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을 수 있는 돈과 시간으로 나를 사랑할 수 있고, 몸에 에너지가 없을 때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일 수도 있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나를 괴롭히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맞다 괴롭히는거) 사실 나의 몸을 사랑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먹고 마시며 오는 행복감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일 수 있다.

우리는 여러가지의 다른 형태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무엇을 하느냐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과 의지고, 후에 따라오는 결과나 변화는 우리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며 그것은 오롯이 우리 자신의 책임이다.

 

 

4 - 며칠 전에 추석을 기념하는 겸, 뉴질랜드 대사관과 웰링턴 한인회의 모임에 참석을 했다.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20대 초반의 아주 젊은 분이 '나이가 많은 40대 50대 분들도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다행히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어서 행운이다' 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남는다.

자기를 잘 알기 때문에 오는 자기 확신. 자기를 앎으로써 오는 그 확고함; 저것이 내가 지난 몇달 동안 갈구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여태껏 생존을 위해 길을 선택해왔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해 왔어야 했기 때문에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싶었다. 난 숫자로만 나이를 먹었나보다.

어쨌거나 그 청년은 청춘이라 그런지, 아니면 자기 확신 때문인지 그 사람에게 깨끗한 빛이 돌았다. (흰 셔츠를 입어서 그런 걸수도)

 

 5 -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내 마음도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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