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것/월간 다이어리

2019년 7월 일기

뉴질랜드 외국인 2019. 7. 3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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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친구의 어머니가 다녀가셨다. 덕분에 한국음식을 옆에서 얻어 먹을 수 있었는데 한국에 있는 엄마 느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친구 어머니가 아파트 복도에서 내가 차를 타고 사라질 때까지 지켜 봐 주셨던 그 모습이 내 마음을 울렸다. 딸의 친구가 멀리서 타지에서 지내는 것이 자기 딸 처지와 같아서 마음이 쓰였으리라 지레 짐작 해 본다. 갈비찜을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 하셨던 어머니.

 

2. 이번 달은 스케줄이 그렇게 바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일을 하지도 못하고 야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뉴질랜드에서 야근은 잘 안 했었는데, 이번 달은 6시~7시가 넘는 야근들을 꽤나 하고 말았다. 직급이 달라지면서 한 단계 높은 peer들과 만나고 비지니스 관계를 만들어가는 단계를 밟고 있는 중이다. 솔직히 일이 힘들다기보다는 타이틀이나 책임감에서 오는 압박감에 짓눌려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내가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가 작은데 거기에 더 큰 것들을 담아내는 느낌이다. 영어가 안 되다보니 말빨이 안 서고, 테크니컬 이슈가 나오면 뭘 모르는 애 처럼 보이기도 하고, 내 수준에 맞지 않는 peer를 상대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자책하곤 한다. 

 

3. 정신적으로 탈이 오니, 몸에도 탈이 왔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무거웠다. 

 

4.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이번 주 초에 받았다. 아침밥을 드시고 나서 할머니가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조용히 반듯이 누워 가셨다고 한다. 외할아버지와는 서먹한 사이었지만 그럼에도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마음이 착잡했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와 제대로 대화나눈 것은, 나이가 50넘은 고물상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는데 시집 안 갔으면 소개시켜 주겠다고 한 것이었다. ㅎㅎ 그리고 마지막 전화통화에서 내 이름을 불러준 것. 내가 들었던 할아버지의 마지막 목소리.. 

 

5. 이번 달만 지나면 좀 괜찮아지리라 생각한다. 한 달만 더 참자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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