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것/월간 다이어리

<나는 뉴질랜드에서 일한다> 책을 출판 후 내가 얻은 것

뉴질랜드 외국인 2019. 9. 3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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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출판 제안을 받은 것은 2018년 4월 쯤이었다.

그 당시에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책을 번역하고 있었고 (아직도 출판이 안 된거보니 아예 책으로 출판을 안 할 모양인가 봄), 번역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출판 제안을 받았을 당시 허니문으로 피지(Fiji)에 있었는데, 그때도 책 번역을 하고 있었다 (휴양지는 나랑 안 맞나 봄).

 

정식으로 책을 시작한 건, 번역이 끝나고 그 다음 달인 5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총 6개월이 걸렸다.

12월 중반까지 탈고 작업 (스펠링 체크, 원고 확인, 커버 디자인 확인 등)이 있었고 올해 1월 중반에 책이 출판 되었다. (정식 출판은 2019년 1월 31일) 요약하자면, 2018년 4월 초 제안 > 5월 초 시작 > 10월 말 완료 > 11월, 12월 탈고작업 > 2019년 1월 출간 순.

 

책을 쓰면서 가장 많이 본 것은 챕터와 꼭지. 뺐다가 지웠다를 꽤 반복했다. 아래 목차는 책을 쓰기도 전에 어떻게 쓸지 시작한 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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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구성안 – 뉴질랜드에서 일한다 (가제)
프롤로그 - 머릿말
1장 - 출국부터 적응하기까지
 
1. 준비 운동
- 열등감, 그것은 나의 힘 
- 이 책은 원래 워킹홀리데이 여행자를 위한 것? (뉴질랜드로 선택한 이유)
- 10달의 유예기간, 그동안 나는 영어를 다시 쌓았다. 
- 유학원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2. 뉴질랜드 도착! - 시작은 워홀러
- 한 달간의 홈스테이
- 어학원에서의 3개월 (무엇을 배우는가)
- 플랫 메이트들과의 생활
- 워홀러의 생활 비용과 초기 자금
- 일반적인 워홀러의 취업 종류
- 왜 난 잘 즐기지 못했을까? 한국인의 근성
- 밋업, 그리고 인생의 인맥을 만나다
Tip: 뉴질랜드 비자의 종류. 당신이 올 수 있는 방법 (취업비자, 워킹 홀리데이비자, 파트너 비자,
투자산업비자) 


2장 - 뉴질랜드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
1.  나는 초짜 외국인 노동자
- 얼떨결에 취직한 키위 회사, 친절한 회사 사람들
- 워킹 홀리데이비자에서 워크비자로 (비자의 발급과정과 서류)
- 현지 키위의 현란한 발음, 그리고 그들의 문화
- 슬럼프,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 키위 회사에서의 첫번째 해고 위기
- 한인 업체에서의 첫 캐쉬 잡 
- 레주메, 커버레터, 포트폴리오? 
- 리크루트와의 전화면접과 온라인 신청
- 취업에 꼭 필요한 MUST-HAVE 아이템, 레퍼런스
- 주변에 영어 잘하는 사람, 현지인에게 피드백을 받아라
- 발렌타이데이 때 돌린 눈물의 초콜릿과 이력서
- 일반 면접과 화상 면접 그리고 취업
Tip : 이력서 샘플 가이드


2. 뉴질랜드 회사 생활
- 12시, 번 아웃 타임 (이직 후 적응기)
- 나이는 단지 숫자, 직급은 단지 하는 일의 이름 
- 해외 회사의 직급은 어떻게 될까 (조직문화)
- 매니저는 당신을 쪼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 회사 내의 다양한 액티비티
- 그들에게 나는 첫번째 한국인
- 입 조심은 여기도 마찬가지, 남의 성 취향이 어떻든 
- 말 안하면 모른다. 1대 1면담
- 재택근무 그리고 씩리브
- 한국과는 다른 연봉협상 
- 뉴질랜드의 연차와 휴가
- 떠나는 직원과 남겨지는 직원의 이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회사에서 평생의 짝을 만나다
Tip - 뉴질랜드 월급과 세금

3장 - 뉴질랜드에서 살아남기
1. 비포 앤 에프터
- 키위 사람들 - 여유로운 사람들, 게으른 사람들
- 인 도어에서 아웃 도어로, 힐링을 위한 트램핑 
- 여유, 한국인에게는 여유가 필요하다.
- 나의 선입견은 변하고 있었다
- 우리는 파트너쉽 관계? 관계의 다양한 종류
- 해외 이민의 단점
 
2. 알아두면 좋은 뉴질랜드 
- 뉴질랜드 생활 비용 
- 심심한 나라 뉴질랜드? 자연이 기다립니다.
- 뉴질랜드는 페미니즘의 나라?
- 국가 스포츠, 럭비와 올 블랙(All Black)팀
- 뉴질랜드 지진

큰 덩어리들은 최종 목차와 비슷한 것들이 많았지만, 어떻게 한 덩어리로 묶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특히 내 책은 타임 프레임이 존재하기 때문에 초반에 정착하고 나서 필요한 것들과 경험들이 이어지도록 작성했다.

 

어쨌거나, 초기 3개월은 목차만 조금 신경 쓰고 무슨 내용을 쓸 건지 크게 정리하면서 가닥을 잡았다. 출판사가 3개월 뒤에 중간 확인 요청을 원했는데 그때까지 쓴 글이 20페이지 정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8월부터, 10월 한 달 원고 마감까지 주말에 어디 가지도 않고 글 작성과 리뷰를 반복했다.

 

네 연출한 사진이에요 ㅎㅎㅎ

출판 후 내가 얻은 것?

 

얻은 것이라고 한다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1) 8년 간의 이민생활을 책으로 정리한 것

 

이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는 심심한 이유가 가장 크기도 했지만.. -_-; 이민 생활과 여행, 정보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하나의 책으로 엮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이민 초반의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을 겪으면서 바쁘게 사느라 되새기지 않았던 과거를 다시 곱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족들은 책을 낸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셨다. 친척 및 친구들, 지인들도 책을 통해 나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2) Vulnerability, 나의 취약점을 오픈한 것

 

두번째는 나의 취약점을 노출한 것이다.

평생 남들의 평가에 내 취약점을 가리며 살았는데, 이 책을 계기로 말하게 되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 초기에는 남들이 내가 쓴 글을 보고 어떻게 평가할 지 매우 예민해 했다. 혹시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까, 예민한 주제를 건드리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가정사까지 풀어놓으니 한인 커뮤니티나 어디서든 씹을 거리로는 적당한 안주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왕 사생활 오픈하는 김에 확 해버린 것이 차라리 잘한 것 같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혼란한 마음을 정리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내 안에 침전물처럼 남아있던 오래 된 진흙을 글을 쓰는 동안에 어느정도 퍼 낼 수 있었다(그렇다고 다 퍼낸 것은 아니지만). 

 

3) 몇 몇의 기회들

 

몇 가지 소소하지만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책 덕분에 MP인 멜리사 리 오피스에 가서 15분 간 1:1로 만날 수 있었다.

로컬 잡지인 <코리아타운>에 에세이를 1년 가까이 쓸 수 있었고, YTN에 3분 30초 간이나 나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에 나올 수 있었다. 더 많은 기회를 한국 내에서 만들고 싶었지만 일단 지리상으로 너무 멀어서-_- 북 카페에서 북 콘서트+ 약간의 해외취업 상담 등을 진행하고 싶었는데 일단 내가 한국엘 들어가야 가능한 일이라..

 

 

많은 이들이 "그래서 인세는 얼마나 받아? 돈은 많이 벌었어?"를 제일 궁금해 한다.

뉴질랜드라는 특정 지역 +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책들 + 시장 규모를 보면 인세로 밥 먹고 살 정도로 버는 것은 정말 인기 작가가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 하다. 그리고 책에 쓴 노력에 비교하자면 인세는 열정 페이보다 훨씬 더 못하다. 책을 쓰는 이유가 인세라고 한다면 나는 진작에, 아니 처음부터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번역도 마찬가지). 피 토할 정도로 내 혼신을 다해서 썼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한 달은 기 빨릴 정도로 했다), 내 글쓰기 레벨에서는 만족할 만큼의 글을 썼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썼고, 열심히 썼다.

 

내가 원하는 것은 뉴질랜드로 오는 워홀러 들에게 조금이나마 가이드가 되는 것. 나 같이 흙수저에 돈 없고 백그라운드도 없고 영어 못하는 사람도 해외에서 취업 잘만 하더라~ 하면서 용기를 얻고 무언가를 계획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 만으로 내 책은 최소의 일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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